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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유년시절에게

NoplanB. 2019. 10. 19. 21:35


내 인생을 소설로 쓴다면 어떤 장르의 소설이 될까?

40살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내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몇 달 전에 그만둔 일인데, 나는 반년정도 7살 8살 아이들을 가르쳤었다.

그 나이 아이들이 읽을만한 도서를 추천해주고, 그 도서를 아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이었는데-

일을 하는 내내 나는, 

어린시절의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한 생각들을 했더랬다.

사실 아이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일하는 동안 아이들 덕분에 무척 행복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동안 나의 어린시절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또 어린시절의 내가 좀 더 행복했더라면 지금 내가 더 나은사람이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울적해 진것도 사실이었다.


어린시절.

나는 조금은 수줍고 조용한 아이었다.

내 곁에는 늘 항상 활발한 친구들이 있었는데, 나는 막연하게 그런 친구들을 동경했었던 것 같다.


내가 만난 꼬마 친구들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아이들이 몇명 있다.

그 중, 수업중에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겠지만) 울음을 터뜨렸던 꼬마 아가씨는

내 어릴적 모습이랑 너무 닮은 친구였다. 

난 그 친구와의 첫 만남을 통해 내 어린시절의 별명이 '울보'였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초등학교 시절 쭈욱 가지고 있었던 별명이었는데, 소심하고 울보로 친구들이 기억하는게 싫었던 모양인지,

나는 6학년이 되던때 활발한 성격으로 보여야 겠다고 생각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활발하고 액티브한 성격을 가지려고 무척이나 애썼고 

그 별명을 내 기억속에서 완전히 지워버린것 같다.

정말 어떻게 이렇게 새까맣게 잊고 있었을 수가 있는지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어린시절의 난,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힘들고 슬픈 일이라고 여겼던게 아니었을까.

그런 나의 노력 덕분에 지금의 나는 밝고,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며, 모든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기술을 배웠고,

이제는 이 모습이 나인지 그 전이 나인지 알수 없을 정도로 밝고 명랑한 사람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끔 힘들때 마다 나를 찾아왔던 우울함은

일부러 모른척 내 마음 깊은 곳에 구겨넣었던, 아니 사람들에게 부끄러워 꼭꼭 숨겨놓았던,

어린시절의 작은 아이꼬마아이를 잊고 지낸 대가가 아니었을까도 싶다.


지난 나의 학창시절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많이 미안하다. 미안하다 못해 애뜻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제는 언제든 나와도 괜찮다고 말해줄거다.


참 애썼고 고생했고. 미안해.

이젠 그냥 있는 그대로 네가 좋아. 잘 지내보자 우리 :)


.....


아,

문득 지난날의 선배들이 몇명 생각난다.

25살에 만났던 한 선배님은 처음 보는 내게 ,

좀 편하게 있으라고, 잘 못보면 네가 밝게 얘기하고 웃는 것이 가짜같기도 하다는 얘기를 했었다.


난 집에와서 너무 화가나고 어이가 없어서 이불킥을 엄청 해댔다.

'아니 자기가 뭘 안다고 나한테 가식이니 마니 헛소리를 하는거야?'라고 분노에 치밀어 올라 엉엉 울었었다.

지금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어쩌면 굉장히 예술가들은 예민하게 상대를 관찰하기 때문에 발견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많으셨던 그 선배님이 현안이 있으신 거였던 거지.


나는 유난히 진짜와 가짜에 미치도록 집착을 했었는데,

무의식중에 내가 가짜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그 선배님이 '너 가짜같아' 라고 얘기한 것두 실은,

내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여겼더라면

쿨하게 무시해릴 수도 있는 이야기였을텐데 말이다. 


몇일 밤을 괴로워하며 울었던건-

이미 그 당시의 나는 밝은 내가 진짜 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물론 그 밝은 모습도 나고, 우울하고 못되고 불만투성이에다 소심한 모습도 나라고 지금은 생각하지만

그땐 그게 그렇게 억울하고 어이없고 화가 났던 이유가, 아마도 그것 때문이었을 거라고 짐작해본다.


얼마전 만난 연출님은 내게 이런얘길 해주셨다.

공연이 안 좋았으면 안 좋은 대로 그냥 표현하면 되는데,

굳이 좋은 점을 꺼내어서 얘기를 해주고 그것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게 오히려 더 기분나쁘다고

이 연출님은 나를 정말 애정하시는 분이시라, 이런 얘기를 거르지 않고 해주셨고,

몇일 전이기는 하나 집에 오는 길에 차 안에서 곰곰히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던 계기가 되던 것 같다.


지금 이걸 쓰면서도 괜히 내가 했던 행동들이 쑥쓰럽고 웃겨서 웃음이 나려고 하는데,

이게 설명하긴 좀 어렵지만, 내가 내 자신을... 이 글을 쓰는, 지금에서야 이해하는 과정인것 같다.


사실 공연이라는 것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더구나 관객의 입장으로 아무리 공연을 본다지만, 같은 작업자로서 평가를 이야기 하는것은 어려운일이다.

좋다. 재밌다라는 얘기는 고생한 창작자들에게 힘이 되지만,

재미없다. 지루하다. 별로다 같은 얘기들은 특별한 대안이 있지 않은 이상 얘기하는것이 실례인것도 사실이니까.

그래서 보통의 작업자들은 웃으면서 고생했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서둘러 그 공연장을 떠나기 마련이다.


이 연출님의 경우도,

자신은 재미가 없거나 공연이 별로라고 생각되더라도

준비한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알기에 그 동료에게 엄지를 치켜세우고 "좋았어. 넌 최고야"라고 하신다고 했다.


물론, 순수한 노력과 수고에 대한 박수는, 모든 창작자들에게 해줘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관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연극을 볼때,

특히나 창작자가 굉장히 친한 사람들일 경우 반응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정말 고민이다.

솔직한 반응을 하지 않을 거면 아예 도망치는 것이 상책이겠지.

도망치는건 비겁하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나의 솔직한 반응 때문에 동료의 창작의욕이 꺾인다면

도망치는것도 현명한 선택이겠다.


사실 연출님이 이야기하시는 공연이 어떤 공연이었는지. 내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좋은 사람. 밝은 사람. 재미있는 사람. 유쾌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렇게 노력하든 노력하지 않든 상관없이 내 진짜 모습을 알고 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다.

바보같은 모습을 보였음에도 나에게 애정을 쏟아준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

그리고 이젠 내가 로망하는 그런 사람이 되려 노력하지 않아도 됨을 느낀다.

나는 나로서 충분히 가치있고 매력적인 사람이니 말이다.






>> 이 사진은 토요일 수업을 받았던 꼬마아가씨가 나라고 그려줬던 그림.
     천재적인 다미의 색감에 감탄했더랬다. 잘 지내지 다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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