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영상

홍상수_밤에 해변에서 혼자 / 예술. 판단의 자유로움에 대해 본문

Inspiration/영화. 드라마

홍상수_밤에 해변에서 혼자 / 예술. 판단의 자유로움에 대해

NoplanB. 2017. 6. 23. 21:13


홍상수감독과 김민희라는 여배우의 스캔들에

대한민국 영화계가 떠들썩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근거림에 보란듯이 내 놓았던 영화

 

 

 

<밤에 해변에서 혼자>

 

 

 

 

 

 

영화 자체가 그들의 스캔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이야기를 하려면 그들의 이야기를 뺄수는 없긴 합니다만,

사람마다 모두 기준이 다르고,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기도 하며,

또한 저 개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심판은 신의 영역이며,

사람이 사람에게 잘잘못을 이야기 할 수는 없다고 저는 생각하기에

스캔들 자체의 시비는 가리지 않겠습니다. 

 

 

 

아무튼

이 영화는 실제 곤란한 상황에 처한 감독과 배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또한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해냅니다.

 

 

 

노력파 배우 김민희.

그리고 독특한 유머감각을 가진 감독 홍상수.

실제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은 설정의 영화.

 

 

 

 

예술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자신을 원천으로 삼아 예술작품을 만들어내고,

자신을 배제하고서는 예술행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배우같은 경우를 예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자신의 진실된 내면을 무대에서 혹은 스크린에서 보일 수 있는 기회를 만날 때

엄청난 고통을 겪지만 그는 살아숨쉬는 '진짜'를 경험하게 되며 또한 그로인해 성장하게 됩니다.

 

 

 

1.

작가가 정해놓은 인물을 배우가 연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세익스피어의 햄릿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배우는 햄릿과 자신의 공통된 점을 찾아서 햄릿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온전히 자신과 같지 않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나오는 어색함과 부자연스러움이 있습니다.

 

 

2.

반면 어떤 작가나 연출들은 배우에게 영감을 받아서 글을 씁니다.

저는 그런 작품을 운 좋게 여러번 해 보았습니다만, 하는 당시에는 그것이 감사한 일인 줄 몰랐던 것 같습니다.

배우는 자신의 이야기를 작가나 연출에게 풀어놓고 연출의 창작을 위해 소스를 제공한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는 부분까지 연출이 표현해주길 원할 때는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과정을 먼저 겪은 배우는,

좀 더 수월하게 진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나와 맞는 햄릿을 발견해 내 연기할 수 있게 되죠.

 

 

 

 

 

이처럼, 첫번째 종류의 작품이든 두번째 종류의 작품이든

자기 자신으로. 발가벗겨진 듯한 솔직함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정말로 고통스럽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모습 중에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고

또 남에게 보여지기 싫은 모습도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모두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사회적 인간이기 때문에

자신이 모두 까발려지는 것이 불편한 건 당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현상일겁니다.

 

 

 

하지만,

예술가는 온전히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훈련을 해야만합니다.

 

 

 

영화감독, 연극연출가, 배우, 작곡가, 연주가, 작가, 미술가 장르불문

모든 예술가들은

자신의 추함과 못남을 인정하고 그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예술의 결과물이 꾸며짐이 아닌 진정성을 가지게 되는 그 순간.

연극이든 영화이든 음악이든 미술이든 글이든 뭐든.

빛을 발합니다.

 

 

 

물론,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늘 자신의 이야기를 은유를 통해,

혹은 독특한 그만의 유머러스함으로, 때로는 풍자를 통해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진정성 있는 그의 영화는 늘 사람들에게 회자되었죠.

이번 영화가 조금은, 많이. 직접적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긴 합니다만 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즈음에 나오는 영화속의 감독(문성근배우님)의 대사

"나는 정말 영화를 찍고 있지만 제 정신이 아니라고"는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그의 영화의 이유를 말해주고도 있습니다.

 

 

 

 

 

 

 

 

아무튼,

영화는 유부남과 불륜을 저지른 여배우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또 다른 홍상수 감독님의 많은 영화들처럼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 사람들은 다양한 해석들을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각자의 의미매김을 할 수 있는 거리를 던져주

홍상수 감독님 영화의 이러한 점이 좋습니다.

그리고 감독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여러가지 설정들의 진짜 의미를 끝까지 밝히지 않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관객이 끝까지 스스로 의미매김 한 것들에 대한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죠.

 

 

 

보통 어려운 영화인가 보다라고 고개가 절로 저어지는 영화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도 무슨의미인지 모르면서 마구 영화속에 의미들을 담아냅니다.

의미들이 통일되지도 않고 어떠한 감동도 없죠.

만드는 이가 자기가 뭘 만드는 지 분명히 알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자기가 뭘 만드는 지도 모르면서 대충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좋은 의미를 해석해 줄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차원이 다릅니다.

 

 

 

 

아무튼,

이 영화도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석들을 했을 것이고

그리고 저도 저 나름대로의 해석을 했습니다만,

어떤 영화이든, 해석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보고 느낀 바로 그것

바로 그 영화의 정답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각자의 육체로 세상을 경험합니다.

수학공식과 같은 인생살이의 일들.

세상의 어떤 일의 문제를 풀거나 해결을 위해서는 경험이 많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듣고 반영하여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일들에는 여러가지 통계를 통해 적합한 정답과 같은 것을 만들고

때론 우리는 그 정답을 강요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다릅니다.

 

 

 

 

예술은 자신이 느끼는대로 느끼고 보고 생각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예술을 즐겁게 예술답게 아들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 칭찬하는 영화라고 해서,

남들이 다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해서,

남들이 다 최고라고 하는 그림이라고 해서

그것을 느끼는 우리가 강요받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내 귀에는 소음일 수 있고,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모두가 극찬해도 나는 지루하기만 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내가 남들과 다르게 느낀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는 겁니다.

 

 

 

예술이니까요.

 

 


 

 

 

 

 

 

 

 

- 눌러붙고 떡져 있던 초췌한 머리

- 건널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전

- 양배추꽃에서 향기를 발견해내는 사랑스러움

- 우리도 "콩 볶아야 할 거 아냐"라고 말하는 여자

-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찌질한 남자

- 첫번째 술 자리

 

- 검은 옷을 입은 남자

- 주인공의 마음을 알아주는 언니

- 공부가 깨끗해

 

- 해변에 누워있던 주인공

- 일어나요, 그러다 큰일 나요

- 널 위해 책을 쓸거야

- 지루한 롱테이크를 무안하게 만드는 배우의 변화무쌍한 표정

- 힘을 내. 계속 일 해. 넌 책을 좋아하잖아.

- 끝까지 눈물을 아낀 슬픔을 넘어버린 연기. 아니, 진짜.